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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laundry is an online literary magazine for young writers and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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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sch paperback series
: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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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on violence and recovery.
한없이 수동성을 띠는 책에게
인간은 얼마나 가학적이고 자애로울 수 있을까.

studiolaundry의 첫 프로젝트인 kitsch paperback series: harm and heal (가해와 치유) 은 마리아 이브라히모비치의 행위예술인 ‘리듬 0’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두꺼운 타이포그래피, 이름 모를 타인의 신체 부위, 한차례 고통을 머금은 상처와 밴드 모양 스티커. 단순히 커스터마이징 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해당 작품은, 통제받는 인간에게 감춰진 욕망과 돌봄을 끌어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한없이 수동성을 띄는 객체에게 인간은 얼마나 가학적이고 자애로울 수 있을까.
우리가 지향하는 예술의 본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실체 없는 트라우마를 만든 뒤 수도 없이 치유하는 것. 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전능한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있어 당신은 신과 다름없다. 그럼 이제, 신이 되어 평소처럼 마음껏 폭력을 행사하시라. 어차피 당신은 그저 스티커를 붙였을 뿐, 그 누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도 못하니 말이다. 아니면 따분한 애서가들처럼 양장본들 사이 고이 간직하던가.
Joy to the world
기쁘다 구주 오셨네
대학을 졸업한 지 십 년도 더 지난 난 전공과 전혀 무관한 주류 회사의 마케팅부 팀장으로 있다. 내가 만드는건 포도주가 아닌 값싼 발포주였고 그에 따라 안주도 건포도나 빵이 아닌 생라면이 되었다. 지금은 목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면 타 교단 가서 받으면 된다. 교단이 달라지면 임지 문제가 생기겠지만,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신앙심이 바닥난 건 아니었다. 난 여전히 주일에 교회에 나갔고, 목청 높여 기도할 줄 알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것. 21세기 마리아. 세상에서 가장 불량한 성모가 될 것이다.
The end of the world
with you
종말을 당신과 함께
갑자기 지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워졌던 바리케이드는 떨어졌고,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지구의 끝과 최대한 멀어지려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s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왜인지 하반신이 없는 s가 내 방향으로 날아오듯 가까워진단 느낌이 들었다. 순간 증폭된 스피커의 음악이 더 크게 울렸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몸은 점점 높게 떠올라 서로에게 엉켜 움직이지도,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지도 못했다. 그래,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어쩌면 쪼개진 감정들이 자체 중력으로 떠오를 수 있을만큼 커져버린 탓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주변은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사랑으로 가득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런 내 눈에 s의 표정이 비쳤다. 무슨 말을 하는 것만 같은데, 음악 소리가 커서 들리지 않는다. 사실 귀를 막아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난 중얼거렸다, 와중에도 몸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확실한 건 우리 사이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마치 운석이 충돌하듯, 빠르게 가까워져 갔다. 반쪽이었던 것들이 또 다른 s극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Have you ever seen
해파리를 보셨나요
수가 보이질 않는다. 나는 서둘러 주변을 살폈지만, 물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에 떠내려갔나 봐. 난 수의 이름을 부르며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었다. 낮은 수온과 불규칙한 호흡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더럽고 습하고 질척거렸다. 신발에 진흙이 엉겨 붙어 발걸음이 무거워지자 양말까지 벗어 던진 채, 물속을 헤맸다. 조개껍질에 베인 상처 사이로 소금물이 스며들어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흐려진 시야와 시력에 지평선도 잘 보이지 않았다. 수야, 수야. 점점 깊어진 물에 목덜미로 포말이 부딪쳐 왔다. 한참을 헤매다 저 멀리 페트병처럼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잠기지 않으려 고개를 하늘로 든 채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쥐어 든 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병 속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어느새 불어난 바다는 폐부를 압박했고, 그 소리는 거칠어 귀가 맹맹할 정도였다. 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병 안을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수가 담긴 물병을 한번 껴안았다. 그리고 물마개를 열었다. 바다가 있는 물 안으로. 물이 빠져나간 위로 자그마한 물방울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번 일은 실수다. 나는 오늘 수를 잃어버렸다. 완전히 수를 잃어버린 것이다.